동부화재 보상지원팀 최주필(47사진) 상담실장이 전국을 돌며 교통안전 강의를 시작한지도 벌써 15년째.
요즘도매주서너곳의 관공서와 기업체 등에서 강의하고, 방송에 출연하며, 각종 교통관련 행사를 주관하는 등 교통안전을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지금까지 최 실장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은수십만명에이른다.또라디오와 TV 등을 통해 강의를 접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수백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 만물박사로 알려진 그의 휴대전화는 밤 1011시까지 쉴새없이 울려대지만 한통의 전화상담이 한건의 대형 사고를 줄인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고 상담에 매달린다.
우리 운전자들은 사고가 나면 보통 보험으로 처리하고 곧 잊어버려요. 그러나 자신의 잘못된 운전습관이나 잘못된 교통시설 등 사고의 원인을 진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운전자 스스로 폭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제 임무죠.
그는 보험회사에 입사하기 전 운수회사의 정비기사와 자동차정비학원의 강사 등으로 6년 정도 일했다. 이 때문에 그의 강의는 차량 자체의 구조부터 보험관계, 사고예방요령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수준 높은 강의를 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매일 45시간. 교통사고 판례집과 통계자료 등을 뒤지며 분석한 결과와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며 느낀 처참한 심정 등이 그대로 강의에 반영돼 수강생들의 마음을 파고 든다.
최 실장은 지난해 승용차를 팔고 난 뒤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있는데 늘 택시 조수석이나 버스 운전석 뒷자리에 앉는다며 그 자리에서 운전사들의 습관을 분석하고 어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 꼼꼼히 메모한다고 밝혔다.
머리 속이 온통 교통안전 생각으로 꽉 차있어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도 샘솟 듯 한다. 95, 97, 99년 등 3회에 걸쳐 전국 동부화재 대리점에서 열렸던 교통사고 사진전이 바로 그의 아이디어. 언젠가 다시 운전대를 잡을, 교도소에 수감된 교통사고 사범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결정한 것도 그였다.
제 강의를 들은 뒤 한 수감자가 자신의 사례를 동료 수감자들에게 직접 들려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운전자들끼리 서로 충고해주고 각성시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성공한 거죠.
요즘 최 실장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는 것은 해마다 점차 줄고 있는 교통사고 피해자수.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각종 교통 캠페인이 조금씩 성과를 보인 결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교통문화가 70년대 우리 수준이던 일본이 10여년에 걸친 교통캠페인 등으로 현재 교통선진국이 된 것을 보면 우리가 지금 그 시기입니다. 월드컵까지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민들이 조금씩 캠페인 내용에 신경을 쓴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매일 오후 4시45분부터 5분씩 방송되는 교통방송 최주필의 운전메모 녹음을 위해 라디오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최 실장의 표정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