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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제발목 잡은 노조과시 파업

Posted June. 14, 20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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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파업. 김호진() 노동부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을 이같이 규정했다. 왜곡된 비정형() 노동쟁의에 대한 개탄이었다.

이 파업은 억지 쟁의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노조가 운항규정심의위원회 동수 구성과 외국인 조종사 감축 등 근로조건과 무관한 요구를 내건 데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판정했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불법이었다. 노사는 쟁점을 해결했으나 파업의 불법성 때문에 주동자의 민형사상 책임 문제를 다루느라 타결이 늦어졌다. 하지만 지도부의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시민과 노조가 모두 상처를 입게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가 고소득자들이 돈만 밝힌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안전운항이란 명분을 내세운 것이 자충수였다고 분석했다.

민주노총의 세() 과시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동원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고소득자의 파업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한 택시운전사는 약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파업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우려한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이었던 한 인사는 상급단체가 큰 목소리를 내려고 파급력이 큰 사업장을 선봉으로 내세우지만 이런 기업의 근로조건은 상대적으로 괜찮다면서 이 같은 관행은 힘있는 노조는 더욱 많이 얻어내고 진짜 약자는 소외되는 기형적 현상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비정규직 보호나 주 5일 근무 등은 분명 약자를 위한 것이다. 또 상급단체는 홀로 싸우기 힘든 노조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 공권력 행사를 무조건 탄압이라 외치며 장외() 세 과시에 집착하기보다 합리적인 민주노총의 모습이 아쉽다.



김준석 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