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필름이 북한에 전달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1년이 경과한 지금, JSA 필름 전달은 615 선언의 간접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남북 회담은 남 북한 문화교류 증대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 현상과 문화의식에 큰 영향을 남기고 있다.
우선, 적지않은 문화교류가 이어졌다. 제1차 남북한 문화장관 회담, 언론사 사장단 방북, KBS의 백두산 현지 생방송, 창극단의 춘향전 평양 공연, 가수 김연자의 함흥 공연 등. 또한 평양에서 남북 역사학자들이 모여 학술대회를 열고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 바로알기의 일환으로 북한 문화가 국내에 소개되는 사례도 늘었다. 리조실록 조선문학과 같은 북한 출판물이 정식 계약을 통해 수입됐고 서울에 북한 전문서점 대훈서적도 생겨났다. 북한의 향토사학자가 국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한 개성이야기, 남북한 합작출판물 야담 삼천리도 눈길을 끌었다.
남북 작곡가가 공동제작한 음반 우리는 하나를 비롯해 북한 가요 음반 통일소녀, 북한 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임꺽정 불가사리 등 북한의 대중문화도 소개되었다.이러한 현상은 북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뛰어 넘어 북한을 바로 알려는 활발한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 차원의 문화 교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남북 관계의 관건인 정치 경제분야의 교류가 난항을 겪게되자 문화 분야의 교류 역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합의했던 종교인 대표단 방북도 실현되지 않았고, 금강산 신계사터 남북한 공동발굴에 대한 기대도 컸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민간 단체들의 계획도 상당수 무산됐다.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상황 판단없이 분위기에 들떠 생색내기용 계획을 남발한 결과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아울러 앞으로는 정부와 민간차원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남북 모두 좀더 치밀하고 전문적인 준비와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성공단 개발과 관련, 개성지역의 문화재 조사 없이 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문화재를 파괴하는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