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유럽순방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추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TV 및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미사일방어체제를 추진할 수 있는 기술이 갖춰지는 대로 72년 구 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ABM 협정의 구속 때문에 미사일방어체제에 관한 기술적 진전을 추구할 수 없게 될 경우 협정의 구속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또 ABM 협정 파기의 구체적인 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이 판단해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점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30년 전의 전략적 상황에 맞춰 체결된 ABM 협정의 구속을 받을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도 이날 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ABM 협정은 적대적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며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때가 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어 미국은 러시아의 축복 속에 미사일방어체제 계획을 추진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러시아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를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와 안보 및 미국과 동맹국의 보호를 위해 이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민주)은 같은 방송에서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과 실험을 지지하지만 ABM 협정은 보완 또는 수정해야지 이를 파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위원장은 ABM 협정이 폐기되면 현재 18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는 중국은 곧 3004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인도도 그 뒤를 따르고 일본도 5년 내에 핵을 보유하게 되는 등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유럽순방 기간 중 미사일방어체제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독일 프랑스 등은 군비경쟁 촉발을 우려,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6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미사일방어체제를 추진할 경우 양국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