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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중소기업인들의 '쓴소리'

Posted July. 08, 200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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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안 해서 중소기업만 죽을 지경이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아직도 제조업을 하느냐고 약올린다.(흥진정공 이창호 대표)

군대로 치면 제조업은 보병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무기를 개발해도 허약한 보병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제조업을 이렇게 홀대하다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한성실업 지성한 대표)

6일 저녁 경북 구미시의 한 식당. 대우전자 노사가 주최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기졸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모인 60여명의 협력업체 사장들은 한목소리로 제조업 경시 경향을 걱정했다.

주문이 작년보다 40% 이상 줄었다 덤핑경쟁 때문에 수익을 맞추기가 힘들다 중국보다 10배나 더 비싼 인건비로는 수출경쟁이 되지 않는다 는 등 저마다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서울 구로공단에서 저항기 칩을 생산하는 한륙전자 정세능 사장은 새로 창업하는 회사가 늘어난다는 통계를 보고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며 구로공단의 사정을 설명했다. 자기 땅을 3000평 정도 갖고 있는 사장들은 임대나 분양수익을 챙기려고 회사문을 닫고 그 자리에 아파트형 공장을 짓는다. 벤처기업이 입주해 회사 수는 늘었지만 7만명이 넘던 공단 근로자 수는 절반 이상 줄었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정 사장은 최근 일본 합작업체로부터 임금이 낮고 노사관계도 안정된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옮기자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말로는 규제완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규정에만 얽매이는 정부의 경직된 행정을 질타하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 사장은 몇 년 전 국내의 낡은 설비를 중국으로 옮기고 새 기계를 들여오려 했는데 관세당국이 무거운 세금을 물리려고 해 중국에 새 기계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의 쓴 소리는 정부 고위관료와 경제연구소 박사들의 세련된 논리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박원재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