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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화예산1%' 무너지나

Posted July. 09, 20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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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문화예산을 대폭 삭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문화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특히 현 정부가 내걸었던 문화예산 1% 정책의 기조를 흔드는 것이어서 문화정책의 후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문화관광부가 요구한 2002년도 예산 1조6000억원에 대한 1차심의를 통해 지방문화원육성지원비 지방문화회관건립비 공공도서관자료구입비 등 여러 항목을 삭감대상으로 정했다. 이대로 되면 내년 문화예산은 올해 예산(1조450억원)보다도 줄어들고 정부예산의 1%에도 크게 못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가 표방해온 문화정책의 실체는 무엇인가. 정부는 99년 다음해(2000년) 문화예산을 정부예산의 1%가 넘게 책정하면서 문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올 3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의 정부 들어 처음으로 문화예산이 1%를 넘었다며 문화는 이제 단순히 정신적인 풍요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도 문화는 적극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산이 줄어들 경우 이 같은 다짐들은 2년 만에 허언()이 되는 셈이다. 삭감대상에는 특히 지방문화육성에 관한 항목이 많은데 이는 정부가 올해를 지역문화의 해로 정해 지역의 문화여건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내년에는 사실상 지방문화를 외면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콘텐츠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해 놓고 이 부분에 대한 예산을 많이 삭감하기로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도서관자료구입비를 삭감하기로 한 것은 디지털시대의 진정한 문화콘텐츠가 책에서 나온다는 기본조차 모르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문화현실은 아직도 척박하다. 국민 1인당 문화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어느 분야보다 국가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문화예산 1%정책으로 싹트기 시작한 문화한국의 자존심이 문화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인 경제논리에 의해 또다시 얼어붙어서는 안 된다.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문화부와 예산당국이 더 논의하기 바란다. 문화에 대한 투자는 곧 경제와 미래에 대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