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주요 그룹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떼어 내 체질을 강화하는 등 질적 구조조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상당수 대기업들은 올 상반기에 자산매각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자금 여유가 생기면 투자보다는 빚을 갚는 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재계는 하반기에도 국내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점을 들어 내실 위주의 보수적 경영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사 통폐합 매각으로 한계사업 정리재계 1, 2위인 삼성과 LG는 당장 이익을 내더라도 성장 전망이 떨어지는 비핵심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 분위기를 주도했다.
삼성전기는 연말까지 셋톱박스 등 13개 사업분야를 분사하거나 매각하는 방법 등으로 현재 1만3000명선인 인력을 1만명 수준까지 줄이기로 했다. 삼성SDI는 수원공장의 브라운관 생산라인 2개를 중국으로 옮기면서 750명을 감원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전체 인원을 1300명에서 1100명 수준으로 줄였고 삼성엔지니어링도 명예퇴직으로 간부사원의 5% 가량인 60명을 감축했다.
LG생활건강은 흑자인데도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된 당()알코올 사업의 국내 영업권과 중국공장 지분 전량을 프랑스 로케트사에 매각했다. LG화학은 분체도료의 국내 사업 및 중국 톈진()법인 지분을 3370만달러에 팔았다. LG전자는 브라운관 합작법인인 LG-필립스 디스플레이를 7월1일자로 출범시켜 11억달러의 현금을 받았고 LG상사는 LG마이크론과 LG에너지 지분의 매각을 추진중이다.
SK의 주력기업인 SK텔레콤은 기존의 유선사업을 대폭 정리하고 무선사업에 주력키로 했다. SK는 일본의 NTT도코모와 SK텔레콤 지분 14.5%의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양사의 연구개발 및 자재부문을 통합했다.
중견그룹 중에서는 효성이 목재건재 사업에서 철수했고 코오롱은 코오롱의 정수기 사업 부문을 분사시켰다. 금호는 1월에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케미칼, 4월에는 금호종금과 금호캐피탈을 합병했다.
하반기에도 몸사리기 보수경영삼성은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전자 계열사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올해 그룹 전체의 투자규모를 9조5000억원에서 8조원 수준으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시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라인설치를 비롯해 대규모 설비투자 시기를 가급적 내년으로 미루고 올해에는 시설보수와 연구개발(R&D)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총 투자액을 6조7000억원으로 정한 LG는 당초 일정대로 투자하되 경기가 계속 나쁠 경우 우선순위에서 뒤지는 사업은 내년으로 연기할 방침이다.
SK는 올해 그룹 전체의 투자규모를 당초의 4조6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포항제철은 2조4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