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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로커' 윤도현

Posted July. 09, 20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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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 윤도현은 사랑을 어떻게 고백할까?

무대에서 사자처럼 포효하는 그이지만 정작 사랑 앞에서는 내게 와 줘라고 말도 못하고 쭈뼛거릴 것 같다.

최근 발표한 윤도현 밴드 5집 어버나이트(an Urbanite도시인)의 타이틀곡 내게 와 줘는 청년의 수줍은 미소가 가득하다. 그만큼 멜로디와 사운드가 예쁜 노래다. 윤도현의 보컬에 강아지풀로 뺨을 간질이는 듯한 느낌이 묻어 있다.

그래서 예전의 윤도현답지 않다.

녹음하다가 계속 웃었어요. 간지러워 못 하겠다고도 했구요. 그러나 노래를 이렇게도 부를 수 있구나 라며 무릎을 치기도 했어요. 그동안 목에 힘을 빼고 노래하는 걸 몰랐거든요.

윤도현의 절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서정이 넘치는 난 나를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 담백한 기타 연주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는 박하사탕, 장중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그대로, 경쾌한 리듬의 말없는 축제 등이 그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노래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멤버 교체와 음악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윤도현은 음악을 그만두고 애완견 센터를 차리기 위해 사업 조건을 알아보기도 했다고 할 만큼 고통이 컸고, 그로 인한 아픔이 부드럽고 도회적인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그를 성숙시켰다. 특히 두 명의 멤버와 결별하고 재즈 기타를 연마한 허준을 영입하면서 사운드가 세련되고 풍성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

윤도현은 한국 정통 록의 간판. 1995년 데뷔할 때부터 이 땅에서 로커로 산다는 것에 충실해온 그다. 그런 그가 록의 함성을 포기할 리 없다.

5집을 다시 보자. 록 오페라 개똥이의 삽입곡 도대체 사람들은, 시인 박노해의 시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위악을 꾸짖고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거울,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양민학살을 꼬집은 하노이의 별 등에서 그는 여전히 강렬한 로커로서 사자후를 토한다.

그런데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도대체 사람들은은 KBS S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땅에 는 1997년 2집에 수록했다가 작가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금지됐으나 이번에는 노동자 위주의 편향적 사고가 그 이유. 도대체 사람들은은 비속어가 이유가 됐다.

윤도현은 이 땅에서 로커로 산다는 게 얼마나 외로운지 실감할 때가 많지만 방송이 주 활동 무대가 아니어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음반을 내자마자 6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장기 공연을 갖고 있다. 공연 티켓은 시작 1주일 전에 이미 90%가 팔렸다. 음반도 록 음반 장세로서는 드물게 첫 주문 6만장이 순식간에 동이 나 재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허엽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