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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칙없는 정책, 미미한 성과''

Posted July. 11, 20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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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3년 간의 기업구조조정이 합리적 근거 없이 이뤄짐으로써 효과를 볼 수 없었다고 비판한 것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미흡한 부분만을 지적하고자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빅딜 등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취했던 주요정책들을 실패작으로 평가한 것은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KIET가 10일 발표한 보고서는 그동안 재야에서 수도 없이 지적해온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국책연구기관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IMF관리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여겨온 빅딜의 경우 당시 업계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개혁의 이름으로 기업의사와 관계없이 추진됐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보고서는 빅딜이 합리적 논거가 부족한 정책의 대표적 사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정책실패에 따른 책임문제다.

업종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부채비율 200% 축소 문제도 연구원은 그런 기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해당업계를 납득시킬 만한 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기업들이 그 부당성을 누차에 걸쳐 강조했지만 정부가 개혁에 반항하지 말라며 윽박질렀던 사안이다. 보고서의 지적에 대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답할 차례다.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업구조조정 관련정책이 기업마다 재무, 영업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무차별적인 기준을 강요했다는 부분인데 이는 바로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는 저간의 언론비판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으로 주목된다.

또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시장기능의 정착을 지연시켰다는 지적과 형식적으로 채권은행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재경부와 금감원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여 퇴출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퇴출압력을 가했다는 지적은 향후 당사자간에 법률적 다툼이 벌어질 경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IET 보고서는 그동안 언론과 재야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정책의 허구와 실책을 거의 대부분 인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해당 부처들이 KIET의 지적내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왜곡된 정책을 바로잡아 지금부터라도 실책의 해악을 최소화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