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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후퇴'변협 결의문 정치권-사회각계 파장

'법치후퇴'변협 결의문 정치권-사회각계 파장

Posted July. 25, 20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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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회장 정재헌)가 23일 채택한 법치주의 후퇴 비판 결의문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파장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이며 법률가 집단이라는 대한변협이 가지는 상징성에 따른 것.

이날 결의문과 대한변협 집행부 등에 의한 정부 개혁정책 비판내용에 대해 다수의 변호사들이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전체 변호사들의 뜻을 담고 있지 않다는 이견도 상당수 대두돼 논란이 되고 있다.

중견 변호사인 임모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이 변호사대회 결과에 공감한다며 현 정부는 개혁을 한다는 명분으로 반대세력의 비판과 불만을 무시해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적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회장 송두환) 소속의 한 변호사도 지연과 학연 등 비합리적인 요소를 빼고 말하면 변호사 10명 중 9명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시민단체에 대한 반감도 변협의 결의문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정부 정책을 제대로 비판하고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없으니 변호사들이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중견변호사는 변협 집행부는 합법적으로 선출됐고 결의문 채택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만큼 결의문 내용이 변협의 공식견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결의문 내용과 채택 과정, 개혁정책 비판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민변은 24일 대한변협의 결의문에 대한 민변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결의문이 구체적 사례를 명시하지 않은 채 막연한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며 결의문의 내용이 전체 변호사들의 진정한 총의가 담긴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변은 또 개혁작업이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개혁의지의 퇴색으로 좌초될 위험에 처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변협이 개혁입법을 통해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한 고위간부는 이 결의문이 변호사 전체의 총의를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 변호사들 사이에 논란이 있으며, 특히 일부 토론자가 정권 불복종 등의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자 기업인 등 중산층 시민들은 이날 대체로 대한변협의 결의문에 공감하며 정부가 이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스탁투펀즈 박광택(51) 전무는 지금 현 정권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선동 정치를 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대표적 기득권 세력인 변호사들이 대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 것이며 이 사회를 혁명적인 상황으로 몰고 나가지 말라는 시민의 경고라고 말했다.

회사원 권대현(31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변협의 결의문은 한 시민으로서 대체로 공감이 가는 주장이라며 최근 들어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롯해 친권력적 집단과 권력비판세력에 대한 법적용은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며 현 정권은 개혁이라는 화두에 집착한 나머지 절차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법학과 허영() 교수는 정부는 이번 변협의 결의문을 일부 변호사들의 의견으로 축소 해석하거나 매도해서는 안되며 이 같은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학과 최병선() 교수는 변협의 결의문은 지식인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반영한 사례라면서 공정성과 자유의 보장, 그리고 합의를 거치는 것이 법치인데 우리 사회는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수형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