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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고 싶어요''미래판 피노키오

Posted August. 03, 20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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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성까지 갖춘 걸작이 되거나, 작품성도 없고 흥행성도 없는 졸작으로 끝나거나. 예술영화의 거장과 상업영화의 거장이 만난다면 말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는 거장 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프로젝트를 할리우드의 흥행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간인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 진짜 인간이 되고자 한 로봇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데이비드(할리조엘 오스먼트)는 감정이 있는 열한살짜리 로봇 소년. 스윈튼 부부는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냉동 보관되어 있는 친아들 대신 데이비드를 데려와 아들로 삼는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난 진짜 아들이 퇴원해 엄마(프랜시스 오코너)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엄마는 질투를 느낀 데이비드가 아들을 해칠까봐 데이비드를 숲속에 버리는 게 첫 부분.

두 번째는 진짜 소년이 되면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 데이비드가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만들어 준 동화속의 푸른 요정을 찾아 나서는 모험이다.

마지막 단락은 200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다. 외계인처럼 생긴 미래의 지구 지배 종족은 푸른 요정 동상 앞에서 얼어붙은 데이비드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는 스필버그와 큐브릭이 공존한다. 스필버그는 큐브릭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시계 태엽 오렌지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큐브릭 작품의 이미지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 템포가 느린 첫 번째 이야기 등은 확실히 큐브릭의 색채가 강하다.

그러나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이 낯선 환경에서 겪는 모험은 스필버그의 E.T.를 떠올리게 한다. 오즈의 마법사와 피노키오를 섞어놓은 듯한 동화 같은 내용도. 무엇보다 큐브릭이라면 암울하고 날카롭게 끝냈을 결말을 뭉툭하게 다듬어 동화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스필버그의 손길이다.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윤리적 질문들은 큐브릭 쪽. 영화는 도입부에서 과학자의 입을 빌려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의 감정을 가진 로봇에 대해 인간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A.I.는 미국에서 개봉 첫 주에만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결코 대중적인 감독이 아니었던 큐브릭이 스필버그 힘을 빌려, 죽어서 처음으로 1위를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지만 스필버그의 입장에서는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편. 오히려 일본에서는 역대 최고의 개봉 주말 흥행 기록을 수립하며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큐브릭 마니아나 스필버그의 골수팬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큐브릭 영화라고 하기엔 따뜻하고, 스필버그 영화 치고는 무겁다. 하지만 불과 얼음처럼 다른 두 거장은 2시간24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묘한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

스필버그는 큐브릭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심금을 울리는 감동과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특수효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어른을 위한 생각하는 동화를 빚어냈다. 10일 개봉.



강수진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