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될 유럽팀은 적어도 1팀 이상. 대망의 16강 진출을 위해 유럽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축구대표팀이 16일 체코 브루노 드르노비체경기장에서 열린 세계랭킹 9위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바라넥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0-5로 대패했다.
98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에 이어 유럽팀에 당한 세 번째 0-5 완패다. 한국은 유럽축구에 정통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올 초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도 이날까지 유럽팀을 상대로 단 1승도 못 올리고 4전 전패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유럽은 넘을 수 없는 벽인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날 한국은 전반 29분 네드베드에게 선취골을 내줬지만 후반 초까지는 체코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전반 24분과 25분엔 안정환과 황선홍이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고 후반 7분에는 안정환의 강한 슈팅을 설기현이 방향을 바꿨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문제는 체코의 두번째 골이 터진 후반 20분 이후. 한국은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체코의 공습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순진하게 플레이한 것과 경기 조절 능력이 없었던 점을 패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어떤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해 나가고 있는지 축구의 색깔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을 9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아직까지 공수 양면에 걸친 조직력이 안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총평했다. 수준 높은 팀과의 경기에서는 어차피 1 대 1 수비력이 떨어지는 만큼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역습 때도 패스가 효율적이지 못한데다 공격 루트마저 단조로웠다는 것.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플레이메이커 등 게임리더가 큰 의미가 없는 만큼 조기에 베스트11을 확정해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이회택 전 대표팀 감독 역시 미드필드와 수비 조직력이 설익었다며 강팀과 자주 경기를 가져 조직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