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몇조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연구개발(R&D)사업의 상당수가 과제 선정이나 집행과정, 평가 사후관리 등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거액의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21일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 신영국(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자료에서 밝혀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4일부터 40일 동안 연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19개 부처 중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7개 부처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를 감사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부처는 참여기업의 포기로 연구가 중단됐는데도 이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연구수행기업이 연구결과를 활용해 매출이 발생했는데도 기술료를 징수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가 방만했다. 다음은 분야별 실태와 문제점.
연구기술 과제 선정과기부 등 3개 부처는 국내외의 급변하는 기술시장 변화추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31개 연구과제를 선정해 정부출연금 116억2800만원을 투입한 채 연구를 중단했다.
산자부는 연구기관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사업성이 없는 5개 과제를 선정해 33억6900만원을 낭비했다. 농림부는 94년말부터 현장 애로기술 개발사업 등 34개 과제를 산학연 협동과제가 아닌 대학 또는 연구소 단독 수행과제로 선정해 총연구비 55억7900만원을 사장시켰다.
연구기술 과제 수행과기부는 연구책임자가 연구수행 도중 연구를 중도 포기하거나 연구참여 기업이 연구를 포기하는 등의 이유로 95개 과제를 중단해 정부출연금 203억원을 사장시켰다.
보건복지부는 신약개발 사업의 경우 위험부담이 크고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도 외국 기업에 비해 영세한 국내 제약업체에 공동 연구방식으로 추진하지 않고 개별기업 단독과제로 추진해 300억여원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얻지 못했다.
환경부는 청정공정 설계에 의한 보급형 도금 폐액처리기술 개발 등 2개 과제가 참여기업 포기로 연구가 중단됐는데도 제재를 취하기는커녕 중간 연구실적을 성공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95년부터 신약개발 목적으로 120개 과제에 300억원을 지원하면서 이중 단 한 개 과제를 제외한 119개 과제를 1개 기업에 맡겨 개별연구토록 했다. 이 같은 지원 방식 때문에 91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된 1544억원 중 신약 개발로 이어진 것은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 1개뿐이었다.
결과 평가 및 사후관리과기부는 연구가 끝난 뒤에도 실용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바람에 55억8000만여원이 결과적으로 낭비됐다.
또 보건복지부는 SK케미칼의 제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신약개발 과제에 12억5000만원을 출연해 2000년 8월 현재 19억5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는데도 기술료 8억원을 징수하지 않는 등 4개 부처가 모두 52억6000만원의 기술료를 징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부 등 4개 부처는 연구개발비 집행잔액이나 부당집행분 회수액 등 총 120여억원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전용했으며 미사용예산 840억원(99년말)에서 발생한 이자도 납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