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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대포는 겉만 번지르르?

Posted August. 25, 20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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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25)을 놓고 영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김응룡 감독이 홈런만 많이 치면 뭐하나. 승부가 결정된 뒤에 때린 홈런이 대부분이라며 불만을 표시한 뒤부터. 김 감독은 평소에도 이승엽이 찬스에서 못해준다고 얘기해 왔다. 팀으로 봐서 가장 좋은 타자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방으로 팀 승리를 이끄는 클러치 히터. 김 감독의 얘기에 따르면 이승엽은 홈런을 많이 때리지만 팀에 영양가 있는 타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이승엽은 찬스에 약한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 31개로 홈런 공동선두인 롯데 호세와 비교해 봤다.

주자 상황별 타격이승엽은 주자 없을 때 타율 0.282에 19홈런, 주자 있을 때 타율 0.290에 12홈런이다. 주자가 나갈 때와 안 나갈 때 타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 다만 홈런은 솔로홈런이 많았다. 롯데 호세는 주자가 나갈 때 훨씬 잘 친다. 타율이 4할대(0.395)에 가깝고 홈런도 주자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4개나 더 많아 찬스에 굉장히 강한 타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주자가 2루 이상일 때 타격능력을 알아보는 득점권 타격에서 이승엽은 타율 0.270에 5홈런인데 반해 호세는 무려 타율 0.402에 11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승엽은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타격이 저조해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타격이 신통치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타격기록 분석이승엽은 올시즌 희생플라이가 단 한 개도 없다. 이는 위에서 지적한대로 주자 3루시 타격성적이 특히 안 좋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또 삼진이 108개로 게임당 1개가 넘을 정도로 많고 볼넷은 77개로 호세(100개)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적다.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걸 말해준다. 호세는 상대투수가 좋은 공을 주지 않으면 그냥 걸어나가는 데 비해 이승엽은 나쁜 공에 손이 나가는 경향이 있다.

주자상황별 타격과 시즌기록을 종합해 봤을 때 이승엽은 김응룡 감독의 말대로 중심타자 치곤 찬스에서 그리 강하지 않았다. 또 홈런도 주자가 없을 때 많이 터졌다. 하지만 이는 호세와 비교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얘기.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0.290에 달한다면 결코 영양가 없는 타자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영양가 논란에 대해 이승엽은 찬스에서 때리고 싶지 않은 타자가 어디 있느냐며 올해 특히 상대투수의 유인구에 많이 속다보니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