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가 477년간에 걸친 외세의 지배를 말끔히 청산하고 신생 독립국가로 새로 탄생하려는 절차의 하나로 30일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을 실시했다.
이날 선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국 248개 투표소에서 치러졌으며 17세 이상 유권자 40만여명의 90%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개표는 31일 오전 9시부터 실시되며 9월3일 잠정결과가, 10일 공식결과가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동티모르 독립을 위해 무력항쟁을 이끌었던 동티모르독립혁명전선(Fretilin)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선거에는 2년 전 동티모르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 이후 초래된 혼란으로 1000여명의 주민이 살해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제민간경찰 1500여명과 동티모르 자체경찰 850여명이 투입됐다.
또 손봉숙()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선거관리위원회와 전세계 40개국의 참관인단 1600여명이 감시 감독에 나섰다.
독립국가 국민으로서는 처음 투표를 하게 된 동티모르 주민들은 이날 투표소에 오전 6시경부터 몰려들었으며 투표가 시작될 때엔 유권자들이 100m 이상까지 줄을 선 곳도 많았다.
외신들은 이날 하루 동티모르 전역이 제헌의 열기로 달궈졌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 수도 딜리의 호텔은 취재를 위해 몰려드는 외신기자 등으로 8월 초 이미 예약이 끝났다.
이번 선거에는 초대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는 독립 영웅 사나나 구스마오가 이끄는 동티모르독립혁명전선 등 16개 정당 및 무소속 후보 990명이 출마했다.
동티모르독립혁명전선의 말리 알카틸 사무총장은 정통성과 조직력이 월등한 우리 당이 85% 이상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당으로는 사회민주당(PSD)과 티모르민주연합(UDT)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당은 1975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강점한 이후 만들어졌으며 친() 인도네시아 및 부유층의 이익 대변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제헌의회는 지역구 13명, 정당별 득표비율에 따른 전국구 75명 등 모두 88명으로 구성된다. 제헌의회는 9월15일 처음 소집되며 개회 직후 헌법 초안 작성에 들어가 90일 내에 헌법 제정을 마칠 예정이다. 권력구조는 직선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99년 이후 동티모르 행정을 관장해 왔던 유엔과도행정기구(UNTAET)는 제헌의회가 소집되면 당일 동티모르인들에게 모든 각료직을 넘겨줄 계획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이번 선거 후 동티모르 주둔 자국 유엔평화유지군을 대폭 철수할 계획이어서 치안질서 유지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