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과 뉴욕의 헌혈센터에는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하겠다고 몰려들고 있다. 뉴욕 혈액원은 테러 발생 첫날에 이어 12일에도 수천명의 시민이 헌혈을 위해 78시간씩 줄을 서 기다리자 일단 지금은 혈액 기증을 미루고 다음 주에 헌혈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뉴욕 혈액원측은 테러발생 직후 만 하루 동안 평소의 3배가 넘는 5000팩 이상의 혈액이 접수돼 600pt(파인트1pt8분의 1갤런) 정도가 비상 수혈용으로 공급됐다고 말했다. 현재 뉴욕 시내와 인근 뉴저지 병원에는 2300여명의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제너럴일렉트릭(GE), 시스코시스템스, 웰스파고 등 미국의 유수 기업들은 테러 희생자 유족들을 돕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지원하겠다며 나섰다. GE는 12일 구조작업 중 희생된 뉴욕의 소방관과 경찰 유족들에게 100만달러(약 13억원)를 지원키로 했으며 컴퓨터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웰스파고는 적십자사에 각각 100만달러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통신서비스업체 스프린트는 50만달러의 지원금과 함께 구조대원들이 쓴 2300통의 무선통화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밖에 하인츠 등 여러 업체가 수십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했고 레스토랑 체인인 스톱앤숍은 고객들에게 식대 대신 성금을 받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가자지구에 있는 시파병원에서 미국의 테러 부상자들을 위해 헌혈에 동참했다. 그는 헌혈을 마친 뒤 우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조그만 능력을 기부한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세 번 말했다고 영국 PA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유명 인사 중엔 미 인기 TV 시트콤 프레이저의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앙헬이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앙헬씨는 에미상을 여섯 차례 수상한 베테랑 프로듀서. 그는 친지 결혼식에 가기 위해 세계무역센터에 처음 충돌한 아메리칸항공(AA) 11기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했다.
또 배우 앤서니 퍼킨스의 부인이자 여배우 마리사 베런슨의 누이인 베리 베런슨도 AA 11기에 탔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사진작가와 함께 배우로도 활동해 왔다.
인터넷 전송 기술을 판매하는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사 공동창업주인 대니얼 루인도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사망했다. 그는 99년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던 인물. 또 광네트워크 소자 및 시스템 제조업체인 MRV커뮤니케이션서의 에드먼드 글레이저 부사장도 사고 비행기에 탔다가 목숨을 잃었다.
뉴욕시는 세계무역센터 붕괴 등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 수습을 위해 백 1만개를 확보했다고 12일 공개. 앨런 보라코브 뉴욕시 의료검진국 대변인은 이미 시가 보관해온 5000개의 시신 수습용 백 외에 5000개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혀 희생자가 1만명선에 이를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앞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시신 수습용 백 6000개가 확보됐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만 대답. 그는 확인된 사망자는 82명, 실종된 소방관과 경찰이 370명이라며 희생자 산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서 매몰자 구조에 나선 구조팀들은 12일 탐색견과 음파탐지기, 열감지기 등을 총동원해 생존자 구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생존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데다 잔해더미에서 절명 직전의 매몰자가 마지막 신음을 내는 장면이 간간이 목격돼 취재진과 구조팀을 안타깝게 했다.
한편 수거된 잔해 전부는 배에 실려 뉴욕 맨해튼 인근 스테이튼아일랜드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보내지고 있다. 이곳에서 대기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밤에도 탐조등을 대낮처럼 밝힌 채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여객기 잔해와 블랙박스를 찾고 있다.
뉴욕 소방대원들은 지옥 같은 참사 현장에서 수백명의 동료를 잃고도 영웅적인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토머스 폰 에센 소방대장은 세계무역센터 건물 붕괴시 현장에서 작업하던 대원 300여명이 실종됐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망한 소방대원 가운데는 95년 오클라호마 연방빌딩 테러 참사 때 뉴욕 지원팀을 이끌었던 레이 다우니 특별기동대장이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전쟁터 같다는 말로는 참상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다른 소방대원은 내가 본 시신의 숫자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온라인 경매업체인 e베이는 세계무역센터 테러와 관련된 잔해나 기억될 만한 물품의 판매를 전면 취소했다. e베이는 11일 테러 발생 직후 건물 붕괴 장면 등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와 사진, 파편 등 약 200개의 경매품이 쏟아지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e베이측은 사건 이후 일부 약삭빠른 상혼이 판칠 것을 예견하고 웹사이트에 올라온 테러 관련 상품을 검색해 모두 경매대상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 보험업계는 이번 테러로 인한 재산 피해는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현재로선 산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93년 2월 세계무역센터 지하 2층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하는 피해가 났을 때 당시 희생자 등에게 지불된 보험금은 5억1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이번엔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과 47층짜리 7번 빌딩이 완파된 데다 5번 빌딩도 붕괴 위험을 보이는 등 반경 1의 건물들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보험금이 400억달러(약 52조원)를 넘을 것으로 보험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무역센터 소유주인 뉴욕 항만당국이 쌍둥이빌딩이 둘 다 붕괴되는 상황은 상상치도 못해 한쪽 건물만 보험에 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12일 전했다.
미 정부는 12일 테러 피해 복구작업을 돕겠다는 일본측의 제의를 정중히 사양.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긴급원조대를 파견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미국측에서 감사하지만 현 시점에서 충분한 자체 대응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양한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 사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11일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에 관한 책과 주요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 그리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가 나란히 인터넷 책서점인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무역센터에 대한 책인 앙구스 크레스 길레스피의 쌍둥이 빌딩이 잭 웰치 전 GE회장의 자서전을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무역센터에 대한 또다른 책인 에릭 다톤의 흩어지면 산다도 베스트셀러 5위를 기록했다.
존 호구가 쓴 노스트라다무스는 3위, 미래 테러리즘에 있어 빈 라덴의 역할을 다룬 시몬 리브의 새로운 자칼들은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