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6일 파키스탄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넘겨주도록 최후통첩을 보내는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지도자들이 나서서 일제히 이번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테러범과 테러 배후세력을 근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과 이날 국가안보회의를 갖고 지금이 전시체제임을 재확인한 뒤 테러와의 전쟁을 과거의 정규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장기전으로 이끌어 갈 것임을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부시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이 확전으로 치달을 것이며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최대 60개국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의 사악한 무리를 끝까지 쫓아가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 국민에게 정상활동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빈 라덴이 범행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체니 부통령도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크루즈미사일 몇 기를 터뜨리고 마는 식이 아니라 몇 년을 끌지도 모를 장기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군사적 공격과 병행해 암살공작 같은 더러운 전쟁(dirty war)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ABC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전쟁은 며칠이 아니라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전쟁 수행과정에서 핵무기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사흘 내에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러시아에 보내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필요한 정보 및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어서 실제 공격은 빨라야 이번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장기전을 선언한 것에 비춰볼 때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중앙아시아 국가 등에 전면적인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위한 기지를 마련해 완전한 준비를 마칠 때까지 군사행동 돌입이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17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사실상의 경제봉쇄에 들어가는 한편 미국의 최후통첩을 전달하기 위해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가 머물고 있는 남부 칸다하르에 고위 관리들을 파견했다.
메흐무드 아흐메드 파키스탄 정보국 국장을 단장으로 한 6명의 대표단은 도착 즉시 탈레반의 외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오마르와 회담했다고 아프가니스탄 이슬람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신문들은 대표단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빈 라덴의 테러 연루를 입증할 자료를 탈레반측에 전달했다며 탈레반측이 빈 라덴 인도를 거부할 경우 그를 제3의 이슬람 국가로 넘겨 재판에 회부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16일 파키스탄 국경지역에 병력을 배치해 양국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