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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당 땅 의혹은 또 뭔가

Posted October. 18, 20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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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국회에서 제기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궁정자지구 일대 3만9000평의 설계변경을 둘러싼 의혹은 6공화국 시절의 수서() 비리에 버금가는 대형의혹 사건으로 번질 개연성이 있다.

설계변경을 한 성남시와 땅을 보유한 건설업체, 이니셜로 거명된 정치인들은 박 의원이 폭로한 내용을 한결같이 부인한다. 그러나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엄청난 내용을 폭로하고 거론된 당사자들은 부인하는 일과성 폭로로 끝내고 말기에는 내용이 너무 중대하다.

포스코개발이 토지공사와 3만9000평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위약금 281억원을 물고 계약을 해지한 경위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의문을 표시했다. 포스코개발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상황인 데다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개발을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준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건설업체가 포기한 땅을 훨씬 작은 건설업체들이 사들인 지 얼마 안 돼 용도변경이 이뤄졌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도시설계 변경 권한을 하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건축법 개정을 추진하는 시기에 포스코개발은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땅을 도로 내놓았다. 이렇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구석에 대해 당사자들이 충분히 해명을 해야 하며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기도에서 도시설계 변경 권한을 넘겨받은 직후 성남시는 중심 상업지구였던 이 땅을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일반 상업지구로 바꾸었다. 그 바람에 땅값이 2배로 뛰었다. 성남시가 도시설계 변경에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하기 직전에 땅을 사들인 건설업체는 투자원금의 2배를 거뜬히 건지고 분양이 잘 되는 아파트 건설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도시설계 변경에 관한 정보가 사전에 건설업체들에 유출돼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겨주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성남시의 도시설계 변경 과정도 투명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주거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운동을 펴자 성남시에서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후일 경기도 감사결과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설계변경에 찬성했다는 일부 주민들은 실제로 의사를 표시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미리 정해진 결론에 두드려 맞추는 식의 여론조사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생긴다. 여론조사의 전 과정에 대해서도 재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