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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가 앞장선 선거 혁명

Posted October. 26, 20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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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관한 내용 등을 담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은 역대 선거 때마다 조금씩 손질이 됐지만 의원 개개인과 정당 보스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타협의 산물로 선거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의 부패와 사표()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지역감정을 악화시키고 정책선거로의 전환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근본적인 수술이 힘들었던 것이 현실이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최대 3.65 대 1에 달하는 현행 선거법이 선거인의 투표가치를 평등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2003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둔 헌법불합치 판결이기 때문에 앞으로 실시되는 보궐선거는 현행 선거법으로 치르더라도 17대 국회의원선거는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헌재는 인구편차가 2 대 1로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면서도 헌재에서 이 문제를 다룬 지 5년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해 3 대 1을 넘으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로 보아 18대 선거부터는 2 대 1 원칙이 적용될 전망이다.

단원제() 국가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면서도 지역 대표를 겸하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인구 비례에 의한 투표 가치의 평등이라는 헌법의 요청이 손상될 정도여서는 곤란하다. 헌재의 권고대로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2 대 1로 좁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지역감정 해소와 사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서는 농촌 주민들이 도시 주민의 4배에 가까운 투표가치를 행사하게 되는데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사회 발전을 더디게 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헌재는 7월 현행 전국구 선출제도가 헌법상 규정된 직접선거의 원칙에 위배되고 정당과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 의사를 왜곡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당의 총재가 매긴 순번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회의원을 시키는 제도는 정치의 부패와 줄서기 문화를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지만 정치권 스스로는 개혁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헌재의 잇따른 위헌 판결로 17대 선거에서는 도농간에 선거구 재편이 이뤄지고 1인 2표제에 의한 전국구 선출 제도가 도입돼 오랜만에 선거제도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헌법이 정한 보통 평등 비밀 직접 선거의 원칙에 따라 정치권 담합의 틀을 깨고 선거제도의 혁명을 이루려는 헌재의 시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