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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Posted November. 07, 20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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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있는 카페 토레파지오네이탈리아는 2주전 종업원 구인광고를 냈다. 급료는 겨우 시간당 78달러. 그런데 무려 100여통의 이력서가 쇄도했다. 지난해 이맘 때 같은 광고에 2주동안 단 4통의 이력서만 왔던 것과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더구나 이번 지원자 중 70%는 웹 디자이너에서부터 아마존닷컴의 고객상담원에 이르기까지 하이테크 직종 출신의 고급 인력이 태반이었다.

댈러스의 한 회사에서 연봉 8만5000달러를 받았던 펜 호이트는 지난해 초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닷컴회사로 옮겼다가 6개월 후 또 전직했다. 직장 옮기기는 쉬웠다. 헤드헌터 업체에 의뢰해 12개 회사와 인터뷰를 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랐다.

그는 5월에 해직됐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새 직장을 곧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300통의 이력서를 보내는 동안 그를 받아주는 곳은 지금껏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는 6개월째 실직자 신세다.

테러, 전쟁, 탄저균 등 우울한 뉴스에 짓눌려 있는 미국 사회에 실업이 또 하나의 무거운 시름을 던지고 있다.

미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10월 한달간 41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바로 전달의 21만3000명에 비해 약 2배나 많다. 실업률은 9월 4.9%에서 10월 5.4%로 껑충 뛰었다. 0.5%포인트의 상승폭은 구조조정이 강도높게 진행됐던 1980년 5월이후 2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실업난이 이처럼 악화되는 것은 비단 911 테러 때문만은 아니다.

IT산업의 침체와 경기불황으로 제조업에서는 이미 지난 15개월동안 100만명 이상이 해직되는 등 고용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여기에 911테러가 결정타를 날린 셈.

특히 큰 타격을 받은 부문은 서비스산업. 10월 한달간 호텔 항공 관광 등 서비스업계에서 무려 11만명이 해직됐다. IT산업의 고용상황도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소재한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9월 실업률은 5.9%로 지난해 9월 1.8%의 3배로 급증했다.

이번 실업난은 블루칼라뿐만 아니라 중산층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점이 또 하나의 특징. 미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5일 지난 1년간 관리직 전문직 등 실업자가 6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한기흥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