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3개월여를 남겨놓은 김대중() 대통령이 8일 전격적으로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 정국 전반에 심대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는 현 여권의 질서 재편이나 당권 및 대권 경쟁 구도의 변화는 물론 당정 관계와 여야 관계의 재설정 및 정계개편 움직임까지 촉발할 가능성도 있어 정치권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일선에서 후퇴함에 따라 정치권 안팎의 3김 정치 청산 요구도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한광옥() 대표를 통해 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통령은 1025 재보궐선거 패배로 당에 대한 국민적 신임을 저하시켰고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이 이미 사의를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전개되고 있는 초긴장의 국제정세와 경제악화 대처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총재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내년에 있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아경기, 그리고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국가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일괄사퇴서와 당직자들의 사퇴서를 수리한 뒤 한 대표를 신임 총재권한대행으로 지명했으며 당은 전당대회 등 정치일정을 처리할 비상기구를 구성해 정권재창출의 기틀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당무위원회는 마라톤회의 끝에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 의사를 철회해 줄 것을 건의키로 했다고 전용학()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청와대는 김 대통령이 사퇴 의사를 번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와 심재권() 총재비서실장은 당무회의가 끝난 직후 청와대를 방문, 총재직 사퇴의사 철회를 건의키로 한 당무회의 결의사항을 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민주당은 9일 다시 당무회의를 열어 김 대통령의 번의를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