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수가 보인다.
한국을 포함해 2002한일월드컵 본선 D조에 속한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 등 각국 대표팀 감독은 조 추첨이 끝난 뒤 한결같이 상대를 잘 모른다는 말로 자신들의 상대팀에 대한 평가를 아꼈다.
D조에 속한 각국 감독은 국제 무대에서도 상당히 알려졌을 정도로 저마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잘 알려진 대로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까지 끌어올린 명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인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올리베이라 감독 역시 국내 리그에서 두 차례나 소속팀 FC 포르토를 정상으로 이끈 명장이다. 미국의 브루스 아레나 감독은 2차례의 국내 프로리그 우승과 5차례의 대학선수권 우승으로 미국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86년 이후 처음으로 폴란드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저지 엥겔 감독은 경기 때마다 행운의 레인코트를 입고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감독의 경력이나 스타일만 가지고 상대팀의 전력을 꿰뚫어볼 수는 없는 일. 이들 팀끼리 최근 경기가 없었던 탓이다. 때문에 월드컵까지 남은 6개월간 이들 4개국 감독들이 벌이게 될 정보 탐색전도 경기 결과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머리 싸움을 벌여야 할 팀은 9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평가전을 갖게 될 한국과 미국. 아레나 미국 감독이 친선 경기를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경기는 양 팀에 있어 전력 탐색의 좋은 기회다. 문제는 이 경기에서 양 팀이 어느 정도의 카드를 내 보이는가 하는 점. 미국은 유럽 진출 선수들을 제외하고 대표팀을 구성할 계획이고 한국도 유럽파들이 빠지게 된다. 양 팀 감독은 전력 노출의 수위를 두고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로 계획됐던 한국과 포르투갈의 평가전은 성사가 불투명하게 됐다. 월드컵 본선을 불과 3개월 남기고 1회전에서 맞붙을 팀끼리 경기를 갖는 것은 서로에게 큰 이익이 없기 때문. 포르투갈의 올리베이라 감독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평가전이 취소될지도 모른다고 미리부터 못을 박았다.
이 밖에도 포르투갈과 미국은 92년 이후 상대한 적이 없고 폴란드와 포르투갈도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만났을 뿐이어서 남은 기간 치열한 정보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