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재정 파탄과 잇단 보험료 인상, 방만한 조직 운영 등으로 비난을 받고있는 가운데 공단의 사회보험노조(옛 지역보험노조)가 지난해 장기파업에 이어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10년 불패의 강성노조와 사실상 협상재량권이 없는 공단, 법률상 사측은 아니나 사실상 사측인 보건복지부의 원칙 강조 등이 복잡하게 얽혀 이번 파업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쟁점노조는 지난달 16일 근속연한 승진제와 해고자 복직 등 19개항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같은 달 29일 자체 결정이 힘든 사항이 대부분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노조의 임금 12.7% 인상 요구는 어려운 공단 재정으로 볼 때 극히 비현실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 요구는 공단 내 직장보험노조가 임금동결을 결의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는 것.
이번 파업에 대해서는 공단측의 책임도 없지않다. 근속연한 승진제, 직장과 지역업무 통합관리 등 단체협약과 노사합의서를 통해 합의해준 사항을 복지부의 미승인 등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아 파업의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법에 공단의 조직인사보수 및 회계에 관한 규정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정한다고 되어 있어 협상권한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사합의 이행을 공단이 거부하도록 복지부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협상 부진의 배경으로 복지부를 지목했다.
업무 차질공단측은 간부와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전국 지사를 비상 운영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상당부분 업무가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 235개 지사 가운데 지역업무만 취급하는 154곳(전체의 65%)은 파업 이틀째인 4일 방문 민원만 어느 정도 처리했을 뿐 전화 민원은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공단 관계자가 밝혔다.
시민, 시민단체의 시각회사원 양길호씨(36)는 연말에 1조8000억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판에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더 거두고 허리띠를 졸라매야지, 무슨 파업이냐며 특히 민원이 폭증하는 연말에 파업하는 것은 너무한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