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이 이전을 약속한 용산기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를 반영구적인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설할 예정이어서 미군측이 용산기지를 반환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더구나 미군측은 미군기지 내 시설을 신축 또는 개축할 경우 한국 정부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한미행정협정(SOFA)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져 한미 양국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전망이다.
7일 국방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미군 극동공병단(FED)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캐피탈호텔 건너편 용산기지(사우스포스트)에 장교 가족용 아파트를 짓기 위해 LG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동부건설, 두산건설, 범양건영, 요진산업 등 6개 국내 건설업체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제출받았다. FED측은 이들 업체의 제안서를 심사한 후 내년 1월경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현재 장교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연립주택 단지(4만5000여평)를 허물고 10단계에 걸쳐 8층짜리 아파트 20개동 1066가구를 짓는 미군 가족 주거환경 개선 프로젝트 중 1단계 물량인 96가구를 2004년까지 건설하는 것.
평형별 가구수는 3베드형 43평형 64가구 4베드형 47평형 30가구 5베드형 53평형 2가구다.
건설 자재와 공법은 폭탄테러 등에 대비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미국 기준에 맞추도록 결정, 평당 건설비가 800만900만원선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의 순수 건축비는 평당 300만원선. 이전이 예정된 기지에 건설되는 건물의 건축비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미군측이 용산기지를 떠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진철훈()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전을 약속해 놓고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용산기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초 신설된 SOFA의 관련 규정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군측으로부터 아파트 건설에 대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특히 연립주택 부지는 국방부 소유로 미군은 임대권만 있는 상황에서 SOFA 규정을 무시하고 건설을 추진할 경우 13일 열리는 SOFA 분과위원회에서 정식 항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