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선수는 아니지만 아주 좋은 선수.
SK 나이츠가 뒤늦게 얻은 옥동자 때문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옥동자는 바로 에릭 마틴(1m99, 108).
SK가 올 7월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당초 지명한 선수는 그레그 스프링필드였다. 하지만 스피링필드는 미국에서 이미 부상한 채 입국했고 결국 시즌이 열리기도 전에 퇴출됐다. 스프링필드의 교체를 결정하며 SK는 트라이아웃에서 차순위로 점찍어뒀던 마틴에게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마틴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노. 유럽리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테런스 무어를 영입했지만 트라이아웃 당시 116이던 무어는 체중이 무려 131으로 불어 뛰지 못했고 결국 8경기 만에 퇴출됐다.
벼랑 끝에 몰린 SK는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마틴에게 다시 연락했고 그때까지 유럽리그 진출이 좌절돼 놀고 있던 마틴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SK에 합류한 마틴은 초반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던 팀을 최근 4연승의 상승세로 이끌며 기대에 부합했다.
11일 삼성 썬더스전에서 아티머스 맥클래리와 무스타파 호프를 각각 13점과 18점으로 묶고 덩크슛 4개와 가로채기 5개, 블록슛 3개, 리바운드 14개를 잡아내며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것이 단적인 예.
이날 득점은 활약에 비해 적은 20점. 하지만 마틴은 경기 뒤 30점 이상을 넣을 자신이 있지만 벤치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은 수비와 리바운드다. 우리 팀에는 서장훈과 하니발 등 공격이 좋은 선수가 많다. 승리에 도움이 되는 데 만족한다며 자신의 역할에 명쾌하게 선을 그었다.
11일 현재 경기당 평균 18.8점, 11.9리바운드(전체 9위), 2.9블록슛(전체 2위), 2.2가로채기(전체 3위)로 수비 각 부문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렇게 굳은 일을 찾아 하다보니 팀에서 마틴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예민한 서장훈 조차 마틴 얘기만 나오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
하지만 아직 4쿼터 전 경기를 모두 소화할 만큼 체력이 완전치 못하고 한국농구에 적응 중인 탓에 파울이 많은 것이 약점이다.
최인선 감독은 선수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항상 면담을 갖는데 아직까지 마틴과 면담한 적이 없을 만큼 몸 관리나 플레이를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