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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태식 게이트 비호세력 밝혀라

Posted December. 21, 20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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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해 은폐 조작된 아내 살인범이 버젓이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정치권의 비호를 받는 일이 벌어졌으니 정치권과 정보수사기관의 부패 사슬은 안 하는 일이 없고 못 하는 짓도 없다. 수지 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태식씨는 15년 가까이 안기부와 국가정보원의 우산 아래에서 법망을 빠져나가고 사업을 확장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서 모자라 전직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하고 전직 국회의원을 감사로 끌어들여 여야의 중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벌이고 금융감독원이 횡령, 유가증권 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 등 혐의로 목을 죄어오니 살아남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했던 것으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국장을 동원해 경찰의 재수사를 중단시킬 때까지는 로비가 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가가 폭등한 벤처기업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주식 로비설이 또 나온다. 실제로 모 의원은 1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80만원까지 올랐으니 1억원만 투자했어도 간단하게 수십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대개 주식 로비는 차명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검찰의 의지만 있으면 차명 뒤에 숨은 실명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수사가 아니다.

윤태식 게이트에서는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이 다수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야당 정치인 연루 가능성을 흘리고 한나라당은 동반 자살을 꾀하려는 술책이라고 펄쩍 뛴다. 여야는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으로 그쳐야지 이 사건을 정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나 국정원으로 얼마나 흘러 들어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벤처 거품이 한창일 때 장외시장에서 벌어들인 거금의 규모에 비추어 먹자판 돈잔치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살해한 아내를 여간첩으로 몰고 아내 살인범에서 반공투사로, 촉망받는 벤처기업인으로 급성장한 윤태식 게이트는 스릴러 영화보다 더 극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정보수사기관과 정치권의 부도덕성이 이 스릴러물 한 편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수사해 정치권과 공직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행여 이 사건으로 신기술을 개발해 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선량한 대다수 벤처기업인들의 사기를 꺾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황호택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