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우즈는 없다.
유럽의 샛별 세르히오 가르시아(22스페인)는 새해 벽두 올 시즌 미국 PGA투어와 유러피안투어 상금왕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올해의 선수 타이틀까지 차지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말을 들은 주위에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7미국)가 있는 한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가르시아의 큰소리는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PGA투어 시즌 개막전에서 우즈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뭉개며 보아란듯이 우승, 목표달성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7일 하와이 카팔루아 플랜테이션GC(파73)에서 벌어진 2002시즌 미국PGA투어 개막전 메르세데스챔피언십(총상금 400만달러) 최종 4라운드.
가르시아는 지난해 미국PGA챔피언십 우승자인 데이비드 톰스(미국)를 연장 첫 홀에서 천금의 버디로 따돌리며 역전 우승했다. 우승상금 72만달러.
가르시아는 우승인터뷰에서 이보다 출발이 더 좋을 수는 없다며 올해 최소한 PGA투어 15개, 유럽투어 11개 등 양쪽 투어 대회에 골고루 출전해 기필코 양쪽 상금왕을 모두 차지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전날 공동 데일리베스트(5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던 가르시아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로 9언더파64타를 몰아치며 합계 18언더파274타로 톰스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5663야드)에서 벌어진 연장전. 가르시아는 313야드짜리 드라이버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 적중시키며 277야드에 그친 톰스를 압도했다. 톰스의 두 번째 샷은 러프에 빠진 반면 가르시아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앞 50야드 지점의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러프에서 빠져나온 톰스의 어프로치샷은 홀컵 오른쪽 10여m 지점에 멈췄고 가르시아의 세 번째 샷은 홀컵 3m 지점에 안착했다.이윽고 톰스의 버디퍼팅이 홀컵을 살짝 지나치자 이번 대회 출전선수 32명 중 라운드당 퍼팅 수 공동 1위(28개)를 마크한 가르시아는 승리를 확신한 듯 자신에 찬 모습으로 오르막 버디퍼팅을 성공시켰다.
우즈는 뒤늦게 퍼팅감각을 되찾아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낚으며 추격전을 펼쳤으나 공동 10위(11언더파 281타)에 머무르며 이 대회 6년 연속 톱10(우승 2회 포함)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경기 직후 독극물 편지가 나의 뉴질랜드 방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10일 개막하는 뉴질랜드오픈 출전 의사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