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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중심으로 확인된 청와대

Posted January. 11, 20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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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수지 김 살인범이자 패스21 대주주인 윤태식()씨를 수 차례 만나는 등 게이트의 검은 손길이 청와대에까지 깊숙이 뻗친 사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신광옥()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진승현 게이트로 이미 구속됐고 김정길() 전 정무수석,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남궁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윤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의 실세인 또 다른 박모 전 수석비서관의 이름도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고도 게이트는 몇몇 인사들의 개인 비리차원이며 정권의 핵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몇 사람만 구속해 놓고는 이미 몸통이 다 드러났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고 할 수 있겠는가.

김대중()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벤처기업들이 문제를 일으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고 일부 공무원까지 연루돼 국민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김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벤처기업들이 문제를 일으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이 아니라 정권 스스로가 일부 벤처기업과 결탁한 것 같고 여기에 일부 공무원이 아닌 정권의 핵심들이 간여했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벤처기업과 부정한 관계를 맺은 정권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몇몇 인사의 구속으로 문제를 마무리지으려 할 것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비리와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문제의 곁가지만 치려 할 것이 아니라 그 뿌리와 몸통을 밝히고 제거하는 혁신을 해야 한다.

박 전 공보수석이 비록 김 대통령과 지근 관계에 있었다 해도 그가 윤 게이트의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측면이 적지 않다. 정확히 따져보면 그를 권력의 실세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의 뒤에는 정말 실세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대통령은 7일 경제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관련설을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하루가 다르게 비리와 관련된 권력의 핵심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게이트의 몸통을 둘러싼 의혹은 절대로 가시지 않을 것이다.

박 전 공보수석에 대한 조사가 게이트의 몸통을 확연히 밝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사실을 숨기고 은폐하려 해서는 정권도, 나라도 불행해질 뿐이다. 청와대가 몸통 은신처라는 의혹을 씻기 위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