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또다시 패할 수는 없다.
20일 북중미 골드컵에서 맞붙을 한국축구대표팀과의 결전을 앞두고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의 포모나 칼리지 운동장에서 열린 미국축구대표팀의 훈련은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미국대표팀의 브루스 아레나 감독은 단 한번도 벤치에 앉지 않은 채 목청을 높였고 선수들은 마치 전쟁에 나설 군인들처럼 비장함이 서린 모습으로 감독의 지시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을 앞두고 나타난 불안한 팀 분위기는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2월9일 제주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으로 가진 월드컵 본선 전초전에서 한국에 0-1로 패한 뒤 다시 맞붙는데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
어니 스튜어트(네덜란드 NAC 브레다)와 조 맥스 무어(잉들랜드 에버튼) 등 유럽파가 대거 빠져 또 다시 국내파로만 경기를 치러야 할 입장이다. 미국 내 관심은 미국프로농구(NBA)와 플레이오프에 들어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쪽에 빠져 있지만 또다시 한국에 패하면 비난을 면할 수 없는 상황.
떠오르는 스타 랜든 도노반(세너제이)과 노장 미드필더 코비 존스 등 국내파도 짱짱하기는 하지만 유럽파의 공백은 아레나 감독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아레나 감독이 겉으로는 이번 골드컵까지는 선수들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최강의 전력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국팀이 미국 언론에 공개된 상태에서 훈련할 때도 미국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선수들이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훈련장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도 결국 최대한 약점을 감추기 위한 조치.
아레나 감독이 16일 잉글랜드 토튼햄에서 뛰고 있는 캐시 켈러를 급히 불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켈러는 간판 골키퍼인 브레드 프리델과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 아레나 감독은 또 미국프로축구(MLS) 콜로라도 라피즈의 글렌 마이어닉 감독을 수석코치로 긴급 영입, 한국대표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나설 정도로 한국전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한편 한국축구대표팀 히딩크 사단은 미국전에 앞서 17일 현 미국 국가대표인 코비 존스와 댄 캘리프, 그레그 베니가 뛰고 있는 미국프로축구 LA 갤럭시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히딩크 감독은 이 경기에서 김도훈(32전북)과 차두리(22고려대)를 투톱으로, 이천수(21고려대)를 플레이메이커로 해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