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엔론 게이트에서 3명의 여성이 주목받고 있다.
엔론의 셰런 왓킨스 부사장과 모린 카스타네다 이사, 아서 앤더슨의 낸시 템플 변호사가 바로 그들. 과거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 주요 게이트에서 여성이 주변 인물에 머물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사건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왓킨스 부사장과 카스타네다 이사는 엔론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왓킨스 부사장은 엔론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8월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회계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8장짜리 편지를 보내 고위경영진의 사건 은폐 기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왓킨스의 편지는 의회 법무부 미증권거래위원회 등의 조사반이 엔론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왓킨스 부사장을 부패와 제몫 챙기기로 얼룩진 엔론 사건에서 빛을 발한 최고의 영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카스타네다 이사는 엔론의 불법적인 서류 파기를 고발했다. 우연히 사무실 주변에서 파기 서류를 발견한 그는 최근 의회 조사단에 이 서류들을 증거로 제출했으며 의회 청문회가 시작된 이달 중순까지도 회사측이 파기 작업을 계속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템플 변호사는 증거인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엔론 드라마의 악역.
아서 앤더슨 시카고 본사에서 근무하는 템플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휴스턴 지사에 엔론 관련 서류를 적절히 처리하라는 내용의 e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직접 파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회 조사팀은 템플의 e메일을 간접적인 파기 지시나 마찬가지로 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