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와의 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30일. 한국축구대표팀 훈련이 벌어지는 동안 로스앤젤레스 인근 퍼모나의 칼폴리대학 구장 골 네트는 한국 공격수들의 대포알 같은 슈팅에 춤을 그치지 못했다.
이날 훈련의 초점은 29일에 이은 골 결정력 강화. 컨트롤!이라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외침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이동국 차두리 김도훈 등 스트라이커는 물론 최태욱 송종국 이을용 등 2선 공격라인도 갖가지 상황에 따라 쉬지 않고 슈팅을 뿜어냈다.
이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최태욱(21안양 LG). 왼쪽에서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든 그의 왼발에서 볼이 떠날 때마다 코칭스태프는 박수를 보냈다. 왼발뿐만 아니라 센터링에 이은 헤딩슛에서도 그의 결정력은 돋보였다. 키는 작지만 정확한 위치 선정과 감각적인 헤딩으로 이날 연습한 선수 중 최고의 적중률을 보였다.
이처럼 부상 회복 후 절정의 슈팅 감각을 보이고 있는 최태욱이 코스타리카전에서 그라운드의 사령탑인 플레이메이커로 나선다. 부상으로 인한 이천수의 조기 귀국, 박지성의 결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최태욱으로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도전이다.
최태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지난해 나이지리아전과 프로축구 무대에서 맹위를 떨친 이른바 최태욱 존이다. 전광석화같이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치고들어가 쏘아올리는 센터링은 머리만 갖다대면 골로 연결되는 그만의 전매특허였다.
오른쪽 날개로 보직을 바꾼 후에도 그의 기세는 그칠 줄 몰랐다. 1m73, 67으로 작은 체구이지만 다부진 플레이로 부평고 동기인 왼쪽 날개 이천수와 함께 좌천수 우태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 그가 빠진 쿠바전에서 한국이 심각한 좌우 불균형에 허덕였던 것은 그의 가치를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그는 우연한 기회에 플레이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테스트받게 됐다. 패싱 실력은 아직 100% 확인되지 않았지만 2선에서 뿜어대는 날카로운 슈팅만큼은 골 가뭄에 허덕이는 한국축구에 시원한 물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