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27명이 국회에 낸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철회나 폐기처분돼야 한다. 신문사의 편집권과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정부의 이른바 언론개혁작업이 여론의 역풍 속에서 흐지부지되고, 각종 권력형비리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 데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 갑자기 정간법 개정안이 제출된 것에 주목한다. 혹시라도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을 또다시 옥죄려는 의도에서, 정부가 직접 법안을 내기 곤란하니 민주당 의원 중심의 의원입법 형식을 갖춰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워버릴 수 없다.
우선 개정안은 신문사에 노사가 함께하는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제정하는 편집규약의 제정과 공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 편집권 독립 문제는 신문사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지 외부에서 개입할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발행부수 재무제표 구독료 광고료 영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 경영 전반을 언론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에 신고하도록 한 것은 정부가 언론사 경영에 무소불위로 간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신문사의 경영정보를 미주알고주알 들여다본다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무가지 배포를 금지한 것은 20% 범위 안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는 신문고시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개정안은 권력이 신문사의 안방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있는 소지로 가득하다. 정간법의 궁극적 목적은 언론자유의 신장인데 개정안은 오히려 권력의 언론통제에 악용될 소지가 큰 것이다. 민주를 지향한다면서 억압이나 통제위주의 법안을 만든다는 것은 군사정부 때도 찾아볼 수 없었던 시대착오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 정권 출범 후 같은 언론이면서도 방송에 대해서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유독 신문, 그것도 비판신문 쪽에만 수시로 권력의 칼을 들이대는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 나라를 결딴냈던 언론사 세무조사의 교훈은 언론개혁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다시 언론을 통제해야겠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권위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거듭 말하지만 언론의 생명은 자율이다. 법에 의해 이를 규제하려 한다면 언론은 설 땅이 없다. 언론의 자율성을 짓밟으려는 어떤 기도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