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중국 등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들이야 그들 나름의 계획이 있어 움직이겠지만, 북한문제에서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목표는 무엇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근세 초 독립신문의 한 사설에는 세상에서 불쌍하다, 불쌍하다 하여도 진정으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조선의 여편네들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요즈음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국민과 민족이 있다면 이는 북한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라고 생각한다. 오죽 굶고 먹지 못했으면 사람들의 키가 줄어드는가. 어째서 간단한 병도 약이 없어 치료를 못하고 죽어 가는가. 어떻게 세상불만을 이야기했다고 전범수용소에 가야 하는가. 그런데도 개선의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북한 동포의 문제를 가장 가슴아프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가. 미국인가 중국인가. 바로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들, 같은 민족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명백한 것은 현재의 북한 정치 경제 체제로서는 도저히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니 이대로 가면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따라서 체제의 개혁과 개방이 시급하고, 이를 앞당기는 길만이 북한 동포를 살리는 길이다. 반대로 현 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길은 북한동포를 죽이는 길이다.
여기서 우리가 택하여야 할 목표와 원칙은 명백해진다. 모든 대북 정책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앞당기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미국도 중국도 우리 민족의 영원한 우방이 되려면, 이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괴로움은 이미 볼모가 되어 있는 우리 동포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북에 사는 동포들의 이해관계에서 한반도 문제, 동북아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남한의 엄청난 희생과 지원이 있어야 북한의 개혁 개방이 성공할 수 있다. 우리의 생활과 소비수준을 상당 기간 크게 낮추어야 북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일이 어려워도 해 내야 하는 것이 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우리 민족의 공업()이고 공원()이다.
이 운명과의 싸움에서 우리 민족이 과연 승리하느냐 못하느냐에 우리들과 우리 자손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문제는 미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박세일(서울대 교수,법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