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쇼트트랙 남자 1500m결승에서 김동성(고려대)이 실격 당한 이유로 심판진은 어이없게도 크로스 트랙(cross track)을 들었다. 크로스 트랙은 상대의 추월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트랙을 가로지른 일종의 진로방해.
상황을 되짚어보자. 마지막 반바퀴를 남겨놓고 김동성과 안톤 오노(미국)가 나란히 1, 2위. 이때 오노가 직선주로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며 추월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를 간파한 김동성은 곡선주로로 진입하면서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오노를 견제했고 이에 오노는 김동성이 나를 고의로 막았다는 의미를 심판진에게 알리려는 듯 과장되게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결국 오노는 곡선주로에서도 김동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김동성은 1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심판진이 임피딩(impeding방해)으로 실격판정을 내리는 데는 몇 가지가 있다. 상대 선수를 몸이나 팔로 밀어 넘어뜨리는 게 대표적인 것. 또 뒷주자가 추월하는 경우에 앞선수는 레이스에서 우선적인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때 뒷주자가 앞선수에 신체적인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은 심판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결국 한국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심판진의 농간에 철저히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는 평가다.
우선 이번 대회 남자 5000m계주에서도 한국의 민룡은 뒤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려다 앞서가던 미국의 러스티 스미스가 팔을 치는 바람에 넘어져 실격됐다. 이때는 앞선수가 레이스에서 우선적인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 적용됐다. 즉 민룡이 무리하게 안쪽으로 파고들었으므로 앞선수인 스미스가 자신의 주로를 보호한 게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 규정은 21일 1500m 결승전에서 오히려 거꾸로 적용됐다. 앞선수인 김동성은 뒷주자인 오노가 무리하게 안쪽으로 파고들 때 손으로 치지도 않았고 신체적인 접촉도 없었다. 자신의 주로를 지키기 위해 뒷주자를 견제하는 것은 쇼트트랙에선 당연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심판들은 김동성의 진로방해라는 기막힌 판정을 내렸다.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리자준(중국)의 반칙 플레이에 넘어진 비운의 선수 김동성은 이번엔 오노의 액션과 철저히 미국 편에 선 심판진의 판정 때문에 눈앞에서 금메달을 도둑맞은 셈.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다 순식간에 판정이 바뀌자 김동성은 빙판 위에 멍하니 선 채 분을 못 삭이는 모습이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억울하다는 한마디만 남긴 채 인터뷰 없이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