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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들에 처조카, 이번엔 처남

Posted March. 01, 20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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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과 처조카가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처남 이성호()씨가 한 벤처기업 창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2000년 8월 핸디텍코리아 창립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했으며 이씨와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들도 이 행사에 대거 참석해 함께 기념 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벤처회사는 얼마 후 도산되고 실소유주는 중국으로 도피해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씨가 이 회사와 어떤 연관을 맺었으며, 이권을 챙겼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미뤄보면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이씨의 위치가 회사 창업 과정에 상당한 작용을 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는 한 벤처기업의 창업식에 어떻게 국무총리 명의의 화환이 전달되고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참석할 수 있겠는가. 이들 유명인사들은 식장에서도 이씨를 중심으로 기념 촬영까지 했다고 하니 이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문제의 핵심은 그렇게 유명인사들을 불러 창업식을 가진 회사가 곧 도산해 겉모양만 보고 투자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투자액을 회사 대주주들이 마음대로 나눠 가졌다는 얘기도 이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정권 실세들의 얼굴을 팔아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린 벤처 사기극이라는 야당측 주장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처럼 들린다.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이 정권처럼 온갖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적은 없었다. 누구보다 신중한 처신을 했어야 할 그들 중 어느 인사는 이권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흔적까지 나타났다. 그런데도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의혹만 계속 쌓이는 중이다.

철저한 조사를 하는 것이 의혹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