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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국이 핵 불량국

Posted March. 14, 20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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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12일 핵 불량국으로서의 미국(America as Nuclear Rogue)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국방부의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를 비판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를 수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요약.

만일 다른 국가가 신형 핵무기 개발을 계획하고 비핵국가에 대한 일련의 선제공격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그 나라를 위험한 불량 국가라고 명명할 것이다. 지난 주말 공개된 국방부의 새 보고서가 부시 대통령에게 권고한 것은 바로 그렇게 되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보고서를 작성자에게 환송하고 다음 세대의 안전에 덜 위험한 보고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핵 태세 검토보고서는 전반적인 핵탄두 감축을 제안하고 있으나 핵대응이 정당화되는 상황과 잠재적인 핵 공격 대상 국가의 리스트를 확대했다.

예컨대 보고서는 이라크의 이스라엘 공격, 북한의 남한 침공, 대만의 지위를 둘러싼 군사대치상황 등의 경우에 미 대통령이 핵보복하겠다고 위협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가 잘못된 것은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핵비확산조약(NPT)의 효율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오랫동안 비핵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주요 수단이었던 NPT는 서명국이 비핵상태로 머물고 핵 보유국과 함께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 핵공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에 의해 뒷받침된다.

국방부 제안이 미국의 정책이 된다면 이 약속은 철회될 것이고 비핵국가들은 비핵상태로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신형 핵무기 개발은 핵실험 재개를 요구하고 이는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개발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던 미국의 자발적 핵실험 유예를 중단시키게 될 것이다.

핵시대 개막 이후 군사기획가들의 행동은 핵무기는 미국의 기본적 국익과 생존이 위험에 처할 경우에만 사용하고 전쟁에서 이를 제약 없이 사용하는 것은 지구상의 생명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의해 조절돼 왔다. 이는 사려 깊은 미국인들이 공유하는 믿음이다.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일은 분별 없는 어리석은 일이다.



한기흥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