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싫어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최근 경제상황을 놓고 민간과 정부 쪽의 시각차가 커지고, 또 이에 대한 대책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전경련을 비롯한 민간단체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경기과열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부양책 중지를 요청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12일 14분기에만 경제성장률이 6% 내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 기대지수도 98년 11월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업자원부의 지난달 유통업체(할인점) 매출실적도 작년 2월보다 30.7% 급상승해 우리 경제의 가파른 상승세를 증명하고 있다.
실물부문의 이 같은 경기과열 조짐은 정부가 작년 34분기 이후 경기진작을 위해 유동성을 크게 확대한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파장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당장 물가도 문제지만 우리 경제에 버블(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민간연구소에서는 벌써 버블이 꺼지면서 꼭 2년 전 인터넷 붐이 사라질 때 주가가 급락하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투자와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이기 때문에 이들 연구소의 전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의 조기집행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최소한 두 분기 동안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해야 정책을 바꾸겠다는 자세는 대선 정국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경기를 과열시키겠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낳게 한다.
경제전문가라면 다 아는 일이지만 두 분기 이상 지나간 후에 대증요법적 경제정책을 사용한다는 것은 정책집행을 포기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정책의 시차성을 감안해 서둘러 경제를 점검하고 선제적 정책을 통해 경기를 안정시킬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