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살면 내가 죽는다.
한국 축구대표팀 히딩크 사단의 공격수 자리 하나를 놓고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자) 이동국(23포항 스틸러스) 차두리(22고려대)가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엔트리 23명 중 포워드는 6명이 될 전망. 이가운데 황선홍 설기현 최용수는 엔트리 진입이 유력하며 최태욱과 이천수도 안정권. 결국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이들 3명이 막바지 경쟁을 하고 있는 것.
이들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이 선뜻 낙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국은 정통 스트라이커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수비수와 거친 몸싸움을 하며 간간이 터뜨려 주는 대포알 슛은 매력적인 요소다. 황선홍과 설기현이 원톱보다는 처진 스트라이커나 날개로 기용될 때 더욱 위력적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이동국의 강점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스피드가 부족하고 공을 정지시킨 후 다음 동작을 하는 습관은 핸드폰 번호 끝자리를 2002로 바꾸고 월드컵 출전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이는 이동국의 히딩크호 승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차두리는 지난해 10월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후 빠른 스피드로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해외파가 모두 소집된 유럽 전지훈련 때도 3경기 모두 중용됐다. 그러나 A매치 11경기에 출전해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낮은 골 결정력이 약점이다. 세기가 부족해 결정적인 순간에 공을 허공으로 날리거나 볼 트래핑이 안돼 기회를 날리기 일쑤인 것.
안정환은 차두리와 이동국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스피드와 세기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체력적인 약점이 안정환에게 걸림돌이다. 박지성 이천수 차두리처럼 지치지 않고 그라운드를 쉴새없이 누비는 선수를 선호하는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90분을 소화할 수 없는 안정환의 체력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20일과 27일 열리는 코스타리카, 중국과의 평가전은 이들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2차례의 평가전은 이동국에게 가장 호재다. 해외파에 밀려 유럽 전지훈련에서 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동국은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로서 11경기 무득점이라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차두리에게는 마지막이라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