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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영화 한국영화 아는 만큼 재미있다

재밌는 영화 한국영화 아는 만큼 재미있다

Posted April. 08, 20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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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본격 패러디 영화인 재밌는 영화는 제목이 용감하다.

이 재밌는 영화는 조금만 식상하면 재미없는 영화로 제목부터 패러디 당하기 딱 좋다. 영화에 자신이 없다면 붙이기 힘든 제목인 셈. 그렇다면 재밌는 영화는 과연 재미있을까?

이 영화 스토리의 기본 뼈대는 쉬리다. 한석규와 김윤진이 각각 맡았던 남북 특수 요원은 각각 한국 특수경찰과 일본 극우 천군파 요원인 황보(임원희)와 상미(김정은)로 패러디됐다. 무라카미(김수로)와 갑두(서태화)는 쉬리의 최민식과 송강호의 캐릭터를 본딴 인물.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두고 이를 저지하려는 천군파 대장 무라카미(김수로)일당이 한국에 잠입한다. 이들은 김대통령과 북측의 김위원장, 그리고 일본의 천황이 모인 공연장에 폭탄테러를 준비하고 황보는 이들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 그러나 중간에 다른 영화가 마구 섞이면서 이야기는 짬뽕이 된다.

가령 황보(임원희)가 해병으로 공동해상구역 JSEA에서 근무하면서 적군인 무라카미를 알게 된다거나(공동경비구역 JSA), 제대 후 지하철에서 술취한 여자를 만나 연인이 되는 식이다(엽기적인 그녀). 또 황보에게 쫓기던 무라카미는 철도로 도망치다가 기차가 앞에서 달려오자 두 팔을 벌리고 절규한다. 나돌아버리겠네 (박하사탕).

여기에 영화속 영화의 형식을 빌린 패러디도 슬쩍 끼어든다. 황보와 상미가 보러 간 영화의 제목은 비천문(비천무).

패러디의 전제 조건은 아는 만큼 웃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일수록 관객의 웃음은 커지기 마련.

동감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친구 쉬리 엽기적인 그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 투캅스 거짓말 서편제등의 흥행작을 두루 거쳐 마지막에는 약속의 한 장면으로 끝맺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 영화는 총 28편. 물론 패러디된 장면 분량은 역시 흥행순이다.

지난해 전국 관객 300만명 이상을 동원한 흥행작중 여기에 나오지 않는 불출은 조폭 마누라와 달마야 놀자 그리고 두사부일체뿐.

한국 영화를 많이 못봤더라도 친구와 쉬리,엽기적인 그녀만 봤다면 이 영화의 주요 장면에서는 거의 웃을 수 있다.

패러디 영화임에도 웬만한 영화 제작비보다 많은 45억원을 쏟아부은 만큼 화면도 엉성하지 않다. 때로 유치한 웃음이나 다소 긴 듯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 영화.

특별 출연한 박경림이 성형수술 후 김정은이 되자, 김정은이 이영애로 만들어달라며 의사에게 따지는 장면이나, 거짓말과 에로 비디오를 패러디한 대목에서 남자의 주요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19세 이상을 화면에 표시한 것도 장규성감독의 신인다운 아이디어다.물론, 가위 눌렸다고 하자 이불위에 놓였던 진짜 가위를 치운다거나, 십자수를 한다는 상미가 십 10 자만 가득 수놓는 장면 등 말장난 수준의 유머도 나온다.

패러디 영화의 핵심은 역시 시나리오. 패러디는 대부분 명장면들의 짜깁기에 그치기 쉽지만, 재밌는 영화는 제법 이야기가 짜임새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기존의 동화들을 유쾌하게 뒤엎었던 슈렉 수준의 독창적이고 탄탄한 패러디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재밌는 영화가 재미없겠지만. 12일 개봉. 15세 이상.



강수진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