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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중재 미 입김 안먹힌다

Posted April. 11, 20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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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개입을 꺼리던 미국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3일)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개입정책으로 전환했지만 분쟁 당사자는 물론 아랍국가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 사설에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내에서 병력을 즉각 철수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줄곧 친()이스라엘 정책을 표방해 온 부시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자살폭탄 테러범을 순교자가 아니라 살인자로 비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 미국이 모든 관련 당사국들로부터 공공연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소속국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아랍국들은 오히려 자살폭탄 테러를 저항의 지속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랍국들 왜 등 돌리나아랍국들이 이처럼 미국의 제안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중동 순방에 나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8일 첫 방문지인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 국왕으로부터 왜 여기 왔느냐는 힐난을 받았다. 하루속히 예루살렘을 방문, 이스라엘군 철수를 관철시키지 않고 분쟁 당사국도 아닌 모로코에 왜 먼저 왔느냐는 뜻.

아랍국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철군을 요구하면서도 파월 장관을 닷새 뒤에야 중동에 파견한 점, 그리고 파월 장관이 11일 밤에야 예루살렘에 도착하는 점을 들어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작전의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9일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이 개인적 채널을 통해 단계적 철군을 허용한다는 뜻을 샤론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로더는 근본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선과 악으로 이분화하는 도덕적 절대주의의 신봉자여서 이-팔 사태처럼 선악의 구분이 불분명한 사태에 대한 개입을 꺼리는 게 중동정책 표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아라파트 만나겠다한편 파월 장관은 9일 아랍권의 반발을 의식해 아라파트 수반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지금까지 미국이 고집해 온 선 휴전 후 평화협상의 노선을 바꿔 지금 당장이라도 평화협상에 착수할 뜻이 있다고 밝혀 강한 중재 의지를 내보였다.

이날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인근 키부츠 야구르에서 버스 폭발사고가 일어나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명가량이 부상하는 등 폭력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홍은택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