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 사건을 지켜보면서 권력의 위력과 무상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슬 퍼런 검찰, 그것도 검찰의 꽃이라는 서울지검장이 먼저 전화를 걸어 형님 걱정스러운 부분 없소?라고 걱정해주는 판이니 최고 권력의 근처에 접근하려고 줄을 서는 세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찰총장을 대변하는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검 공보관이 이수동씨의 진술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수사기밀 누설혐의와 관련해 현직 고검장을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수동씨가 가족 면회에서 수사상황을 말해준 검찰 간부를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해 더 이상 보안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예상되는 고검장의 반발을 누르고 못을 박아두려는 검찰 수뇌부의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하간에 김대웅() 고검장이 서울지검장으로 있을 때 이수동 전 상임이사에게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수사기밀을 알려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수동씨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 사전에 수사기밀을 탐지하고 요로에 힘을 써 없던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을 법도 하다.
이씨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김대웅 당시 서울지검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이 드러나 출국했다가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서자 귀국했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실제로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이수동씨 부분은 묻혔다가 차정일() 특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통화를 했을 뿐이라는 김 고검장의 변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검찰 간부로서 윤리와 복무 규정에 명백히 어긋나는 일이다. 정치권력의 사선 변호인으로 자임하는 정치검사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 수사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김 고검장은 사퇴하고 조사에 응해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