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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의 이런 횡포

Posted April. 13, 20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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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후안무치()가 놀랍다. 서울시가 노숙자 보호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민간기업으로부터 무상 임대한 땅과 시설을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2년 가까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땅을 빌려준 기업 측으로서는 좋은 일 하려다가 재산권 행사까지 심각하게 침해받은 셈이 됐으니 앞으로 누가 이런 일에 동참하겠다고 나설지 의문이다.

섬유업체인 방림이 문제의 영등포구 문래동 땅 2000여평을 서울시에 무상 제공키로 한 계약기간은 1999년 1월부터 2000년 6월까지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계약기간이 20여 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그 땅을 점유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현재 이 시설에 700여명의 노숙자가 수용돼 있으며 당장 다른 곳에 노숙자 시설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그동안 시 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음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방림 측은 그 사이 5차례나 문서를 보내 반환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묵살당했다고 한다.

더 한심스러운 일은 3월 초 방림 측이 이 땅을 모 건설업체에 매각키로 하고 재차 반환을 요청하자 서울시 측이 보인 행태다. 서울시는 3월 말 아파트 등 주택 신축이 가능한 땅이었던 이곳을 주거 및 상업시설을 지을 수 없는 사회복지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도시계획안을 수립해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측은 이 안이 승인되면 소유주 측과 협의해 땅을 사들이겠다고 하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토지수용법에 따른 강제 수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민간과의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는 서울시가 시민에게 준법()을 강조한들 권위를 갖기는 힘들다. 이번 일은 또 서울시의 시대착오적인 행정편의주의를 보여준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민간기업의 선의()가 이처럼 악용되어서는 앞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행정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