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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홍걸씨 의혹 감쌌나

Posted April. 15, 20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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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측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미래도시환경대표 최규선()씨의 비리의혹을 보고하는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을 오히려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홍걸씨는 로스앤젤레스에 호화저택을 갖고 있고 월 평균 8700만원의 용돈을 쓴다는 등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김 대통령도 야당 측의 그 같은 주장이 여러 차례 보도됐기 때문에 관심은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이 내부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사실무근인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청와대측은 이번 홍걸씨와 최씨의 비리커넥션 의혹도 근거 없는 모함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래서 대통령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국정원 차장의 보고를 거짓이라고 질책했는가.

우선 김 전차장의 보고가 김 대통령의 책상 위에까지 올라갔는지의 여부부터 궁금하다. 김 대통령이 홍걸씨의 비리의혹을 보고 받았는데도 오히려 김 전차장만 질책하는 결과가 됐다면 김 대통령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사적인 감정에 얽매였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김 전차장의 보고가 중간에서 사라졌다면 더 큰 문제다. 홍걸씨와 최씨가 청와대 비서실의 보고 라인에 압력을 넣어 그렇게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홍걸씨는 김 전차장에게 전화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모략하느냐고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만일 그런 압력이 작용했다면 압력을 가한 사람이나 압력을 받고 보고서를 김 대통령에게 올리지 않은 공직자는 엄정한 문책을 받아야 마땅하다.

최씨의 경우에는 무기거래 개입설까지 나온다. 그의 비리의혹은 지금 빙산의 일각만 드러내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이번 비리의혹을 대통령의 3남이 관여됐다고 흐지부지 넘기려 한다면 국가적인 불행만 더 키울지도 모른다. 우리가 청와대 측의 태도를 더욱 주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