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민주당 워크숍에서 나온 얘기들은 지금 이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이 체감하는 민심이반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당내 개혁파 의원들은 아태평화재단의 폐쇄와 사회환원, 김홍일() 의원의 입장표명, 월드컵 후 거국내각구성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모두 김대중() 대통령과 그 일가를 향한 목소리다.
의원들의 주장은 지금의 민주당 위기가 김 대통령이 아들문제를 비롯해 권력주변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피해가기만 하다가 결국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당에 어려움을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른 데는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의 책임 역시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동안 민주당도 청와대와 똑같이 대통령 아들들을 감싸고도는 자세를 보이다가 김홍걸()씨 구속 이후 갑자기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각종 게이트로 침몰위기에 처한 지금 (김 대통령과의) 인연을 끊어야 할 것은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고 말한 한 의원의 주장이 민주당의 절박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여론을 외면하던 여권 의원들이 뒤늦게나마 내놓는 자탄의 목소리에는 민심이 배어있다. 김 대통령을 대신해 홍업()씨가 관리해온 아태재단은 그의 수상한 돈거래의혹과 임직원들의 각종 국정개입의혹이 겹쳐 부정비리의 온상처럼 비치고 있다. 잠정폐쇄만으로 이 같은 눈길을 비켜갈 수 없다. 두 동생 문제에 대해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는 장남 김 의원의 자세도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거국내각구성은 김 대통령에게 민주당 탈당 의미를 더욱 확실하게 하라는 주문이다. 모두 김 대통령이 결심하면 답변할 수 있는 일들이다.
청와대대변인은 이런 요구들에 대해 간단하게 탈당했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는 말만 했다. 과연 그럴까. 탈당했다고 민심까지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