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 호나우두에, 공격은 골키퍼 마르쿠스.
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터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깜짝 포지션 변경이라도 하려 했을까. 결전을 하루 앞둔 2일 저녁 문수경기장에서 막바지 담금질을 한 브라질 선수들은 청백전에서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인터밀란)는 후방에서 수비로 나섰고 수문장 마르쿠스(파이메이라스)는 공격 선봉에 섰다. 유독 제자리를 지킨 히바우두(FC바르셀로나)는 2골 1어시스트를 올리며 부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세네갈이 최강 프랑스를 꺾은 뒤 또 다른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승리를 자신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장난이 너무 지나쳤을까. 골문을 지킨 주장 에메르손(AS로마)이 연습경기를 하다 오른쪽어깨를 다쳐 터키전 출전이 불투명해진 것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에메르손은 골을 막다 땅바닥에 심하게 부딪힌 뒤 통증을 호소하며 라커룸으로 물러났다.
훈련을 끝낸 뒤 호나우두는 터키전 승리는 당연하다. 터키에 대한 모든 분석을 마쳤고 모든 준비가 마무리됐다고 큰소리쳤다.
마지막 훈련까지 여유를 보인 브라질은 지난달 말 울산에 훈련캠프를 차린 뒤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골키퍼를 제외한 10명 전원이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전술을 가다듬기도 했다. 아마 사상 유례 없는 0-0-10의 전술 포메이션이라도 만들려고 했을까.
또 공격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일관했다. 호나우두 히바우드 호나우디뉴의 3R 삼각편대를 앞세운 공격 세트플레이를 집중 연마했고 윙백 카프, 호베르투 카를루스도 공격 전면에 나설 때가 많았다. 나머지 수비수들도 중거리슛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 여차하면 장거리포를 날리겠다는 의지처럼 비쳤다. 수비 훈련은 터키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는 정도에 그치며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마치 2골을 주더라도 3골을 넣으면 그만 아니냐는 듯 보였다.
오전 3시30분에 일어나 터키 전력을 비디오 분석했다는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프랑스-세네갈전은 브라질에는 자만심을 없애준 굉장한 모닝콜이었다면서도 터키의 수비가 강하다고는 하나 최상의 공격력을 갖춘 우리 팀이 충분히 뚫을 수 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