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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Posted June. 03, 200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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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국민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국회법에 지난달 25일까지 하기로 되어 있는 원구성은 하지 않고 국회의장도 임기만료일(지난달 29일)이 지나도록 새로 뽑지 않아 식물국회를 만들어놓은 터에 국회를 열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선뜻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측은 늦어진 원구성을 위해서라도 국회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럴 의향인지 의심스럽다. 두 당 모두 국회정상화보다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신경을 쏟고 있다. 또 지방선거가 끝나면 두 당이 연말 대선의 전초전으로 삼고 있는 88 재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9월 정기국회가 임박해서야 원구성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6월 임시국회를 열어보았자 개점휴업이 되기 십상이다. 문제는 그런데도 왜 두 당이 국회 문을 열기로 합의했느냐는 점이다. 정치권의 설득력 있는 분석은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두 당 소속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방탄국회라는 것인데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비판을 면키 어렵다. 국회는 비리 혐의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으면 시급히 원구성을 해야 한다. 국회의장의 경우 정당 간 합의가 안 되면 자유투표로라도 뽑아야 한다. 국회의장에 선출되면 당적을 버리기로 국회법을 개정해 놓고도 우리 당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해서야 너무 속보이는 일이 아닌가.

국회공백으로 여러 민생관련법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회는 당장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비리 혐의 의원을 보호하는 방탄국회로 문만 열어놓는다면 두 당은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