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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16강! 포르투갈전에 사활 건다

Posted June. 11, 20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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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4년을 기다릴 순 없다. 포르투갈전에 한국 축구의 사활을 건다.

10일 미국과의 아쉬운 한 판으로 전 국민이 그토록 염원하던 월드컵 16강의 꿈을 잠시 접긴 했지만 꿈이 영영 멀어져버린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천)가 남아 있기 때문. 14일 오후 8시반 같은 시간에 열리는 미국-폴란드전(대전)의 결과에 따른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없이 포르투갈을 이기기만 하면 16강 진출은 유력해진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의 전력은 한국보다 몇 수 위인 것으로 평가돼 대부분 전문가들은 1패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한국의 예선 리그 성적을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나서는 전문가들의 생각이 다소 바뀌었다.

포르투갈이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예상과 달리 공격과 수비에서 적지 않은 허점을 노출했기 때문. 공격의 선봉에 선 루이스 피구는 미국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밀려 특유의 유연한 드리블과 패스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최전방에 위치한 파울레타, 주앙 핀투의 공격력도 날카롭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더욱 큰 허점이 보였다. 포르투갈 포백라인의 오른쪽은 미국의 랜던 도너번,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등의 빠른 돌파에 당황하며 실수를 연발했다. 뿐만 아니라 실점을 허용한 뒤에는 집중력이 더욱 떨어져 수비진 사이의 호흡이 맞지 않아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을 내주는 등 허둥대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따라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우는 미국과 비슷한 플레이를 펼치는 한국도 얼마든지 포르투갈에 맞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체격이 한국과 비슷해 한국의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적극적인 몸싸움과 태클로 맞선다면 체격에 따른 핸디캡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프리킥과 코너킥 전담 키커인 피구에 의한 세트플레이가 위협적이기 때문에 수비진이 상대 공격수를 적극적으로 대인 마크, 패스 연결을 원천 봉쇄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역대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강호들이 약체로 꼽히던 팀들에 번번이 덜미를 잡히는 등 이변이 속출하면서 객관적인 세계 랭킹이 월드컵 무대에선 큰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승 후보로까지 꼽히는 포르투갈이 절대 강자도 아니며 세계 랭킹이 한참 처지는 한국이 절대 약자도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으로선 포르투갈전이 이번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까지 걸린 승부다. 일본은 1승 1무를 거두고 비교적 손쉬운 상대인 튀니지와의 경기를 남겨 놓고 있어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한국이 만약 16강에 탈락한다면 최근 일본에 내준 아시아 맹주의 자리를 한동안 되찾아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선수들이 후회없는 한판을 벌여야 하는 이유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