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의 탈북자 강제 연행과 한국 외교관 폭행사건은 한중 양국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외교문제다. 그러나 리빈() 주한중국대사는 우리 정부를 제쳐두고 한국 언론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자국의 일방적 주장을 내세우는 무례를 저질렀다. 중국 정부를 대표해 서울에 주재하고 있는 특명전권대사라는 사람이 비외교적 방법으로 진실을 호도하려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
우리 정부는 14일 김항경() 외교통상부 차관을 통해 중국 측의 공식 해명을 요청했고 순서상 중국이 답변을 할 차례였다. 그것이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국가간의 외교관행이고 외교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외국대사가 주재국 정부에 해야 할 도리다. 본국의 훈령을 받아 전달해야 할 리 대사가 할 일은 하지 않고 문제 발언을 늘어놓는 것은 한국 정부를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가 과연 수교 10주년을 맞는 한중 양국의 갈등을 적절히 처리할 능력을 갖춘 외교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한 대사가 되기 직전 평양주재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했던 그가 한중 관계를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베푸는 중국-북한 관계쯤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지금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아직도 중국이 한국을 구한말 시대 청나라가 우리나라 대하듯 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우리는 역대 중국 대사들이 수차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우리를 분노케 한 사례를 잊지 않고 있다. 리 대사의 언행은 중국 대사들의 이러한 한국 무시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 같아 예사롭지가 않다.
리 대사와 중국대사관 측은 중국 보안요원이 한국 영사부에 진입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측이 탈북자를 데려가라고 협조 요청을 했다면서 한국 측의 설명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실 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백보를 양보해 일부 사실관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양국 정부가 합동으로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해야지 한쪽이 편법을 동원해 네 탓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
리 대사는 이번 사건이 북한을 탈출해야 했던 탈북자에 대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외교공관 및 외교관 신체의 불가침권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다루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은인자중할 것을 중국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외국 TV특파원들이 촬영한 외교관 폭행 장면의 위성송출을 중국 정부기관이 나서서 막고 있는 판에 그가 한국의 언론 자유를 악용해 막말을 계속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