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의사들 보고서

Posted June. 20, 2002 22:56,   

수술실에서 환자가 한 시간째 심장 수술을 받고 있다. 의사들이 동맥을 절개해 구멍을 내고 튜브를 심장으로 밀어넣는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아니! 환자가 바뀌었다고?

다른 병원 수술실. 7세짜리 여자 어린이가 들어왔다. 의사가 환자 손목의 이름표를 확인한다. 그후 편도선을 잘라내고 귀에 튜브를 집어넣는 편도선 절제와 아데노이드(인두편도) 절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런데 누군가가 환자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다가 외친다. 이런, 애가 바뀌었네!

이는 실제 사례다. 미국 내과의학 전문지인 격주간 내과학 연보는 의사들의 엉뚱한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 사례를 소개하고,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 연재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대토론(Quality Grand Rounds)이 시리즈의 제목. 병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 사례들을 소개한 뒤 원인을 분석, 실수로부터 배우자는 의도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왁터 박사(캘리포니아 의대)는 의료사고를 숨기려고만 하는 의료계의 관행 때문에 결과적으로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며 이 같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실수 분석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일종의 자기반성문인 셈.

왼쪽-오른쪽 다리를 바꿔서 절단하기, 좌뇌-우뇌를 바꿔서 수술하기, 화학요법 과다로 암환자 사망시키기 등 어이없는 의료사고는 드물지 않게 소개돼 왔다. 99년 일본에서는 심장판막수술과 폐기종제거수술 환자가 서로 뒤바뀌었으며, 왼쪽 눈 대신 오른쪽 눈을 수술한 사례도 있었다. 미 의학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실수 때문에 미국에서만 해마다 4만40009만8000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것.

내과학 연보는 사례 분석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간 의사소통이 잘 안되거나 공식적인 업무체계를 무시하는 것이 이 같은 의료사고의 주된 원인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환자에 대한 병력관리 소홀과 전산체계 미비 등도 원인에 속한다는 것. 한편 의사나 간호사가 집에 빨리 가려고 허둥지둥하다 환자에게 엉뚱한 처치를 내린 경우도 있고, 비행기 시간에 맞추려고 위급한 환자를 돌보지 않을 때도 있다고 이 연보는 소개했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