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같은 거대한 도시 속에 이런 훌륭한 캠핑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친절과 정이 넘치는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월드컵경기 관람과 관광을 위해 방한해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캠핑장에 남편과 함께 들어온 아일랜드인 로즈메리 휴즈(44여)는 캠핑장에 대해 환상적(fantastic), 멋진 곳(wonderful place)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5월부터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돌아본 뒤 이달 16일 경기 수원에서 열린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월드컵 16강전을 보기 위해 내한한 휴즈씨 부부는 당초 이번 주말 출국하려던 계획을 바꿔 다음달 1일까지 이 곳에 머물며 한국을 둘러보기로 했다.
월드컵대회가 종반전을 향해 치달으면서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 응원단이 하나 둘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난지캠핑장에는 외국인 배낭족 등의 발길이 이어져 작은 지구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문을 연 이후 20일 현재까지 난지캠핑장을 찾은 외국인은 총 23개국 860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인이 16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인 156명, 덴마크인 73명, 폴란드인 69명, 영국인 55명 등의 순이었다.
이들 알뜰 캠핑족은 난지캠핑장에 머물며 월드컵을 만끽하고 있다. 이들은 낮에 서울 시내 관광과 경기 관람 등을 한 뒤 밤이 되면 캠핑장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우정을 쌓는다.
베이컨을 넣은 샌드위치를 함께 만들어 먹기도 하고, 국가대항전 명목으로 4 대 4 미니축구를 즐기기도 한다.
또 밤이 되면 캠핑장 내 편의점에 설치된 TV 앞에 모여 월드컵경기를 함께 시청하며 축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캠핑장에는 전 세계인들이 모이기 때문에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려는 대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19일에는 숙명여대생 3명이 캠핑장을 찾아 외국인들과 대화를 즐겼다.
특히 최근 한국 축구팀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 우승후보들을 잇따라 격파하고 8강에 진출하자 이 곳에 머무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한국팀에 대한 응원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이탈리아전이 열렸던 18일에는 시민 600여명과 외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캠핑장 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최인호(49) 난지캠핑장 총괄본부장은 24시간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장과 호텔 수준의 깨끗한 화장실 등 세계 어느 캠핑장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시설에 대해 외국인들이 만족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